설계
패턴을 읽어 이긴다는 말을 규칙으로 옮기면, 전조 시간이 유일한 손잡이가 됩니다.
44초식과 26신물. 기둥은 하나다 — 반사신경으로 이기지 않는다.
읽을 게 있어야 읽는다
패턴을 읽어 이기는 전투는 말은 쉬운데, 규칙으로 옮기면 요구가 하나 나온다. 적의 모든 위협 동작에 전조가 있어야 한다.
전조가 없으면 남는 건 반응 속도뿐이고, 그건 이 게임이 하려는 것과 정반대다. 그래서 전조는 연출이 아니라 규칙이다. 빼면 그 적은 설계 위반이다.
그리고 전조가 규칙이면 전조 시간이 난이도 손잡이가 된다. 어렵게 만드는 방법이 “더 아프게”가 아니라 “읽을 시간을 줄이게”다. 이쪽이 훨씬 정직하다 — 플레이어가 진 이유를 자기가 안다.
특히 절초는 전조를 길게 잡는다. 맞는 것이 사고가 아니라 선택의 결과여야 하기 때문이다. 0.5초로 죽이면 “못 봤다”고 하고, 2.4초를 주면 “알고도 못 했다”고 한다. 뒤쪽만이 다음 판에 다르게 하게 만든다.
이 결정이 구현에 그대로 청구서를 보낸다. 전조 시간을 실시간으로 돌릴 수 있어야 하는데, 처음 짠 코드는 그게 안 됐다.
스킬을 주는 것과 무공을 주는 것은 다르다
여기서 오래 헤맸다. 적에게 공격을 여러 개 주는 것과 무공을 주는 것은 다른 일이다.
무공이 되려면 셋이 있어야 한다 — 이름 · 계열 · 파훼법.
무협의 싸움은 세 박자다. ① 한쪽이 초식을 낸다 → ② 상대가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본다 → ③ 파훼초로 받는다. 그런데 대개 ①조차 없다. 적의 공격 이름이 “횡베기 광역”이면 그건 이름이 아니라 동작 설명이고, 알아볼 대상이 없으니 ②가 성립하지 않는다.
새 어휘를 만들지 않는다
파훼 체계를 설계할 때 제일 큰 유혹이 적 전용 상성표를 새로 만드는 것이다. 하면 안 된다. 배울 것이 두 배가 되고, 둘 다 안 배운다.
플레이어가 이미 쓰는 축 위에 적을 세운다. 플레이어가 네 계열을 골라 쓰고 있으면 적의 초식도 그 네 계열에 넣는다. 그러면 파훼가 이미 아는 조작이 되고, 새 버튼도 새 규칙도 없다.
상성은 N순환으로 짠다. 각 계열이 정확히 하나를 깨고 정확히 하나에게 깨지면, 외울 것이 N²이 아니라 N이다. 검사는 셋이다 — 자기 자신을 안 깨는가, 파훼자가 일대일로 대응하는가, N번 따라가면 제자리로 오는가.
그리고 상성마다 한 줄짜리 이유를 붙인다. “步가 劍을 깬다 — 칼은 닿아야 벤다”처럼. 이유 없는 상성표는 표를 띄워 놓고 봐야 하고, 이유가 있으면 한 번 듣고 안다.
파훼법은 숨기지 않는다. 숨기면 퍼즐이 아니라 암기 시험이 된다. 알려 주고도 어려워야 좋은 액션이다 — 아는 것과 0.9초 안에 계열을 바꿔 입력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가운데 칸이 학습을 만든다
판정을 세 갈래로 갈랐다.
| 대응 | 결과 |
|---|---|
| 정답 계열 | 완전 무효 |
| 오답 계열 | 피해 60% |
| 무대응 | 정타 |
가운데 칸이 이 표의 전부다. 오답을 정타와 같게 두면 아무도 시도하지 않고, 시도가 없으면 상성을 배울 기회 자체가 없다. 틀려도 조금 낫다는 걸 몸으로 알아야 다음에 또 시도한다.
반대로 오답이라고 판정을 닫아 버려도 안 된다. 전조가 남아 있으면 다시 낼 수 있어야 한다.
전부에게 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초식을 모든 적에게 주면 그건 시스템이 아니라 소음이다. 마흔 기가 몰려오는 화면에 마흔 개의 기수식이 뜨면 정보가 아니라 배경이 된다.
그래서 등급 사다리로 희소성을 지킨다 — 잡졸은 없음, 두목은 서명 초식 하나, 보스는 세트와 절초.
읽는 방식도 상황마다 다르게 뒀다. 글자는 1:1에, 색은 군중에. 보스전은 표찰을 읽을 여유가 있지만 전장은 없다. 군중에서는 몸이 계열 색으로 빛나게 한다 — 읽을 것이 없고 보면 안다. 색약 대비로 색상만이 아니라 명도까지 벌려야 하는데, 그 이야기는 아트 쪽이다.
개체별 초식은 난수가 아니라 개체 고유값으로 뽑는다. 부를 때마다 달라지면 “저 놈은 붉게 빛난다”를 배울 수 없다. 화면의 두목 셋은 서로 다르되, 각자는 끝까지 제 초식을 쓴다.
무엇을 보고 담나
레퍼런스를 모을 때 기준이 하나 있다. “재밌더라”로는 안 담는다.
담는 기준은 내가 지금 못 푸는 문제를 이 게임이 이미 풀었는가다. 패턴을 읽어 이기는 전투가 필요해서 그 계열을 모았고, 그게 44초식으로 갔다.
담을 때 적용처를 같이 적는다. 안 적으면 반년 뒤에 왜 담았는지 모른다. 링크만 남은 레퍼런스는 자료가 아니라 짐이다.